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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에 들꽃이 피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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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bd5 2023. 3. 1.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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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동네에 들꽃이 피었어요      잘 모르는 이와 특별한 감흥을 못 받는 밋밋한 대화를 이어나가던 중이었습니다. 등산 이야기를 하던 상대의 입에서 갑자기, 애기똥풀이니 큰개불알풀이니 뱀딸기 등 평소 들어보지 못한 들꽃 이름들이 쏟아져나왔습니다. 갑자기 상대가 달리 보이고, 친해지고 싶어졌습니다. 이름 모를 들꽃이여! 하며, 낭만화의 대상으로나 삼기 쉬운 들꽃에 그런 애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왠지 마음이 따뜻할 것 같아서요. 직접 만나본 적은 없지만, <우리 동네에 들꽃이 피었어요>의 작가, 카도 아쥬 역시 마음이 따뜻할 것만 같습니다. 이 아기자기한 그림책을 하룻밤 사이에도 서너 차례씩 한 열흘 읽고 나니, 템플 스테이는 저리 가라 소리가 절로 나올 만큼 마음이 차분해지더라고요. *       평소 딱지니 물총놀이니, 거친 움직임을 좋아하던 다섯 살 꼬맹이 역시 <우리 동네에 들꽃이 피었어요>의 마이크로한 아름다움에 젖어들었습니다. 어린아이라서 작은 세계의 매혹에 더 취약한 것일까요? 뛰어놀고 딱지치기 좋아하던 꼬마가 <우리 동네에 들꽃이 피었어요>에 등장하는 초록이네 가족을 이렇게 아낄지 몰랐습니다. 종이 속 초록이네 가족을 마치 실존하는 친구인 양, 가깝게 여깁니다. 같은 책을 하루에도 여러 번, 어떻게 그리 매일 보느냐고요? 그림책의 매력이 바로 보고 또 봐도 새록새록 즐거움을 주는 것이겠지만, <우리 동네에 들꽃이 피었어요>는 유난히도 재발견의 기쁨을 안겨주는 책입니다. 처음 줄거리만 따라갈 때는 놓쳤던 마을의 작은 길, 마당의 병 뚜껑, 작은 소품들이 일종의 단서가 되어 앞 페이지와 뒤 페이지의 흐름을 만들어줍니다.     이야기는 일본의 한 주택가 마당에서 시작됩니다. 아침입니다. 개미보다는 크지만 사람 눈에 잘 뜨이지 않을 작은 생물들이 마당 구석에 모여 있네요. 자세히 보니 단추로 만든 식탁에 빙 둘러앉아, 꽃잎과 나뭇잎을 꼭꼭 씹고 꽃가루와 꿀을 마시며 웰빙 아침 식사 중입니다. 알뜰하게 먹으면서도 꽃씨는 남겨 두었대요. 초록이네 가족에게 가장 중요한 일을 하기 위해서이지요. 꽃씨로 할 수 있는 일이 뭐냐고요?  초록이네는 마을 곳곳을 탐사하면서 들꽃 씨앗을 뿌려요. 사람들 마음속에서는  있는지 없는지 보이지도 않을 공간마다 꽃씨의 생명을 뿌리고 간답니다. 쉬워 보이는 일이지만 어려움도 커요. 가끔 동네, 고양이나 개들과 만날 수도 있거든요. 꽃씨를 심다가 사람들 발에 밟힐 수도 있고요. 몸집은 작아도 초록이네 가족은 다행히 날렵해요. 덕분에 고양이도 피했고, 사람들 발에 밟히는 비극도 피할 수 있었어요. 부지런히 여기저기 다니며 꽃씨를 뿌려둔답니다.      초록이네는 뿌려둔 꽃씨들이 잘 자랐는지 궁금했어요.예전에 꽃씨를 잔뜩 뿌려둔 나무 둥치에 다다랐을 때, 초록이네 가족은 탄성을 질렀지요. 봄망초, 광대나물, 좀양귀비, 낚시제비꽃, 큰개불알풀, 붉은괭이밥, 뱀딸기, 냉이, 떡쑥, 자주괭이밥, 자주광대나물, 광대나물과 살갈퀴 등이 어우러진 모습은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지요. 초록이네 가족은 새 보금자리로 옮기자마자 또 일합니다. 씨앗을 많이도 모았네요. 새근새근 자고 나면, 또 다른 곳에 들꽃 씨앗을 심으러 떠나려나 봐요. 단잠을 깨워서라도 인사를 건네고 싶어질 만큼, 초록이네 가족들에게 고맙네요. 이 척박한 회색 도시에 아기자기한 온기와 생기를 더해주어서 말이에요.    저 어려서는 해바라기나 코스모스, 제비꽃은 길가에서 흔히 볼 수 있었어요. 굳이 달력을 뒤지지 않아도 계절의 변화를 꽃으로 먼저 알 수 있었지요. 하지만, 회색화되어가는 아파트촌에서는 값비싼 정원수나 관상용 꽃들은 쉽게 볼지언정, 뱀딸기나 애기똥풀을 찾아보기가 어려워지네요. <우리 동네에 들꽃이 피었어요>에서 소개해준 들꽃들도 십수 년 후면 그림책에서나 보게 될까 두려워요.         있을 때 잘하자! 는 애인 사이에만 적용되는 말이 아니랍니다. 들꽃 우리 주변에 보일 때, 아끼고 사랑하자! 들꽃 찾아, 동네 한 바퀴 돌았어요. 누구 들꽃 이름 알려주실 분 있으실까요?  

우리 주변의 들꽃을 보면서 상상력과 관찰력을 키워요! 우리 동네에 들꽃이 피었어요 는 사진 또는 그림, 설명으로 이루어져 있는 기존의 책들과 달리, ‘초록이네 가족’이라고 하는 작디작은 요정의 시선을 통해 우리 동네와 들꽃을 촘촘히 바라보고 있어요. 초록이네 가족은 씨앗 가방을 메고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도시의 구석구석에 들꽃의 씨앗을 심으러 다니는 요정이에요. 작은 요정의 시선으로 본 도시는 어마어마하고 무시무시한 공간이지만, 봄마다 들꽃의 씨앗을 뿌리고 새싹이 돋고 들꽃이 피는 과정을 지켜보는 아름답고 따뜻한 공간이기도 하지요. 초록이네 가족의 뒤를 찬찬히 따라가 보면 이름도 재미난 들꽃들을 만날 수 있어요. 괭이밥, 개미취, 뱀딸기, 낚시제비꽃, 별꽃, 살갈퀴, 큰개불알풀……. 처음에는 우리 주변에 이렇게 다양한 들꽃들이 피어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게 되지요. 그다음에는 작은 씨앗이 꽃으로 피어나는 과정을 꼼꼼히 살피면서 상상력과 관찰력을 돋우게 된답니다.이처럼 우리 동네에 들꽃 요정이 왔어요 는 일상에서 흔히 만나는 들꽃의 생김새와 이름을 자연스레 알려 주는 그림책입니다. 아이들에게 우리 곁에 가까이 있는 자연의 모습을 눈여겨보는 관찰력을 키워 주고, 전봇대 밑에도 꽃이 피기를 바라는 요정들만큼, 자연에 관심을 가지고 자연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선사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