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3577580&cid=59065&categoryId=59072그래픽 소설에 큰 관심을 갖고 있진 않아 ‘아스테리오스 폴립’을 특별하게 생각하진 않았다. 책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던 중 이 책이 언급된 적은 있었지만 그냥 듣는 둥 마는 둥 지나쳤었다. 중고 서점에서 읽을 책을 고르던 중 그동안 잊고 지냈지만 책표지가 워낙 기억에 남아 잠시 펼쳐보게 되었고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이라 구입은 하게 됐지만 아직 이 책이 갖고 있는 진가를 알아보기에는 부족한 것 같다.실제로 만들어진 건축이 아닌 이론적으로 비평적으로 건축을 다루는 것에 더 능한 아스테리오스 폴립이라는 자기중심으로 똘똘 뭉친 중년 남성에 관한 이야기인 ‘아...’는 어느 날 갑작스러운 화재로 자신의 모든 재산을 잃었고 그 전에 이미 이혼으로 인해서 삶이 피폐해져 있던 사람이 어떤 식의 삶을 살았고 어떻게 자신의 삶을 되짚으며 삶의 변화를 찾는지를 살펴보는 ‘아...’는 비슷한 방식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수도 있는 알랭 드 보통의 ‘우리는 사랑일까’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처럼 삶의 태도와 감정을 철학적이고 분석적인 방식으로 풀어내고 다양한 영역을 끌어들이며 설명해주고 있어서 꽤 신선한 방식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런 식으로 폴립의 삶을 설명하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일종의 거창한 변명처럼 혹은 과시적으로 자신의 삶을 비극적으로 설명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게 된다.너무 부풀린 것 같다고 해야 할까?무일푼으로 그동안의 삶을 뒤로하고 자신을 숨기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려고 하지만 그런 시도 속에서 그를 괴롭혔던 혹은 잊었으리라 생각했지만 지워지지 않고 남겨져 있던 과거와 기억 그리고 추억의 흔적들을 꺼내보며 스스로를 지켜내려고 필요 이상으로 잔인했던 주변을 생각하게 되고 뒤늦은 반성하는 ‘아...’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고 있고 내면의 세계를 둘러보기도 하는 등 여러 방식으로 복잡한 중년 남성의 마음속을 읽는 이들이 관심을 갖고 이야기를 따라가도록 해주고 있다.폴립이라는 사람에게 느끼게 되는 흥미와 함께 헤어졌지만 한때는 연인이었고 아내였던 폴립과 정반대의 성격인 하나/데이지를 등장시켜 성격의 극단적 다름과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함께 다루면서 더 이야기가 풍성해지고 있고 여린 성격의 하나/데이지와 마찬가지로 자기 내면에 고립된 폴립의 성격과 성향을 알 수 있게 해주기도 한다.여러 개성 있는 주변인들도 등장하고 있고 폴립의 성격이나 삶 또한 꽤 흥미로운 구석이 많아 읽는 재미는 충분했지만 완벽하게 자기 자신을 설명하고 세상 모든 것에 대해서 말할 수 있지만 결국에는 망가진 삶이 됐고 회복할 수 없는 수준으로까지 내리막길을 걸었던 폴립이 다시 회생할 수 있는 과정을 잘 풀어내고 있지만 이상할 정도로 무감각한 기분으로 읽게 됐다.아마도 이 그래픽 소설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 이런 식의 방식에 (개인의 삶과 사랑 그리고 이별에서 화해까지를 다루면서 철학 및 기타 여러 영역을 끌어들이는 방식에) 별다른 흥미가 없기 때문인 것 같다. 개인적인 취향에서는 맞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과거의 추억과 기억들을 떠올리는 방식과 현재와 과거를 번갈아가며 보여주는 방식에서 흠잡을 것 없는 완성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과연 폴립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 것일까? 그것에 대해서 아주 뾰족한 대답을 해주진 않고 있지만 아마도 그럴 것 같다는 긍정과 희망 속에서 끝맺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성공한 건축가 아스테리오스 폴립에게 갑작스럽게 닥쳐 온 인생의 위기, 그리고 이를 계기로 진정한 자아를 되찾는 여정을 그려 낸 아스테리오스 폴립 (Asterios Polyp) 는 출간되자마자 여러 상을 휩쓸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그래픽노블이다. 평생을 만화에 바쳐 온 이 노련한 거장은 만화 고유의 형식을 다양하게 실험하여 글로는 드러내기 힘든 행간의 의미를 시각화하는 등, 만화의 가능성을 더 멀리 밀고 나아가며, 만화 장르 고유의 장점을 극대화하여 독창적인 작품을 탄생시켰다.
주인공 아스테리오스 폴립은 지적이고 논리적이지만, 이것이 지나쳐 거만하고 독선적이기도 하다. 그러던 어느 날, 벼락이 떨어지는 바람에 그의 집은 잿더미로 변한다. 공교롭게도 그 날은 그의 오십 번째 생일. 모든 재산을 잃은 그는 수중에 남은 돈을 털어 먼 곳으로 떠난다. 〈어포지〉라는 시골 마을에 머무르며 그는 처음으로 지난 오십 년 인생을 반추한다. 자신에게 진정으로 중요했던 것들, 특히 전 부인 하나Hana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그제야 자신의 독선적인 행동을 직시하게 된다. 결국 그는 그리움 끝에 눈보라를 뚫고 하나의 집을 찾아가는데…….
아스테리오스 폴립 은 표면적으로는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로 다가오지만, 그 기저에는 인생의 진정한 의미, 자아의 문제, 예술과 건축 미학 등 여러 묵직한 주제들이 복합적으로 녹아 있어, 다시 읽을 때마다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