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이란 자연의 질서에 뚫린 일회적인 구멍을 지칭하는 것이다.-본문 중에서--지그문트 바우만이라는 세계적인 석학의 일기다. 진짜 일기다. 그러나 책 제목처럼 적어도 내 기준에 있어서는 이것은 일기가 아니다. 사상가인 지그문트 바우만의 써내려간 그의 개인적인 생각들이 일기라는 형식을 빌렸을 뿐. 읽는 내내 감탄하고 놀랐다.이런 사상가의 책을 읽어본 적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끝까지 붙들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기에 내 자신에게 더 놀랍기도 했고.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생각하는 것만 수 십년간을 해 온 한 할아버지의 냉철한 이야기는 흥미로운데 재밌기까지 하다.
전 세계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 지그문트 바우만이 쓴 통찰의 편린
이 시대가 가장 주목하는 ‘탈근대’ 사상가 지그문트 바우만. 이번 책은 그의 일기다. 일기라고 해서 시시콜콜 ‘오늘의 일’에 대해 기록한 것이 아니다. 바우만이 ‘오늘의 사유’에 대해 기록한 책으로, 그의 전신과도 같다. 매일매일 세계 어딘가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대한 바우만의 통찰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유로존 경제침체에 따른 집시 인권 문제, 9ㆍ11테러 그리고 이라크 전쟁의 부수적 피해, 테러리즘에 대한 고찰, 유고슬라비아 내전 범죄의 군상 등 세계 정치 이슈부터 미국 대학생 취업대란을 초래한 국가의 역할 진단, 빈곤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비판, 자본주의로부터의 불평등 같은 경제 이슈 그리고 인터넷 익명성의 무책임, 페이스북의 영향력, 다문화주의의 선택성 등 사회문화적인 이슈를 다루는 이 일기에서 바우만의 사상을 모두 볼 수 있다. 그가 주장하는 ‘유동하는 시대’의 사회ㆍ경제적 불평등과 부수적 피해, 홀로코스트 등 대표 사상이 모두 녹아 있다. 그동안 나온 그의 저서를 ‘일기’로 집약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일기가 아니다 는 기존에 나온 바우만의 책 중 가장 바우만을 잘 알 수 있고 바우만의 사유 궤도가 가장 잘 보인다. 자신의 생각을 다양한 사건에 적용해 분석하는 시각은 다른 책에서 그동안 느낄 수 없었던 신선한 탐닉이 될 것이다.
2010년 9월
일기 쓰기의 의미와 무의미에 관해
풍차와 싸우는 유용성에 관해
가상의 영원함에 관해
단어를 기르는 것에 관해
초강대국과 완전한 파산에 관해
평균에 관해
멀티태스킹에 관해
무력한 이들을 이끄는 맹목적인 이들에 관해
집시와 민주주의에 관해
신뢰가 사라지고 거만함이 만연한 것에 관해
분노할 권리에 관해
2010년 10월
더 부유해질 권리에 관해
문화와 위장에 관해
경고 받은 적이 없다고 말하지 마라 에 관해
진퇴양난의 믿음에 관해
인류학의 아버지, 세르반테스에 관해
또 다른 소모 전쟁인 ‘CE2010’에 관해
2010년 11월
피터 드러커의 예언에 관해
2010년 12월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전쟁에 관해
파리를 죽이고 사람들을 죽이는 것에 관해
예루살렘과 아테네가 다시 만난 것에 관해
왜 학생들이 마음 놓고 쉬지 못하는지에 관해
존경과 경멸에 관해
내 몇 가지 특이점에 관해
불평등의 새로운 모습에 관해
사회적인 것의 재사회화에 관해
당신에게 있는 친구들과 당신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에 관해
신문 1면, 다른 면에 관해
몇 가지 난제에 관해
‘민주주의’에 아직 어떤 의미라도 있는 것인지 그렇다면 의미가 무엇인지에 관해
2011년 1월
다시 태어난 역사의 천사에 관해
예기치 못한 장소에서 발견하는 위안에 관해
성장에 관해
지속 가능성에 관해
더욱 풍요해지는 소비와 메말라가는 지구에 관해
정의와 정의로움을 인식하는 방식에 관해
인터넷, 익명성 그리고 무책임에 관해
삭감의 부수적 피해와 희생자들에 관해
민주주의적 성전의 역사로부터 찢겨져 나간 여러 페이지 중 하나에 관해
비윤리적인 도끼와 윤리적인 도끼잡이에 관해
베를루스코니와 이탈리아에 관해
그를 배제함으로써 내부에 있게 하는 문제에 관해
거리에 나선 사람들에 관해
2011년 2월
성숙에 이른 세계지역화에 관해
젊은이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관해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닌 미덕에 관해
편들지 않음으로부터 오는 축복과 저주에 관해
인간 쓰나미와 그 이후의 이야기에 관해
바닥 아래 있는 바닥에 관해
안에서 배제되는 것 그리고 포함되지만 바깥에 있는 것에 관해
기적이지만 그리 대단하지는 않은 기적에 관해
페이스북, 내밀함 그리고 외밀함에 관해
포위 아래 요새를 구축하는 문제에 관해
아메리칸 드림에 관해
2011년 3월
H.G. 웰스의 그리고 내 마지막 꿈과 증언에 관해
옮긴이의 말
지그문트 바우만의 ‘옮긴이의 말 일기가 아닌 일기’에 관해